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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사람들은 왜 굿즈를 사는가 굿즈는 더 이상 기념품이 아니다.
기억을 사는 소비, 경험 이후에 남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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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사이, 굿즈를 둘러싼 풍경은 눈에 띄게 바뀌었다. 한때 굿즈는 전시를 다녀왔다는 표시이거나, 브랜드를 좋아한다는 가벼운 애정 표현에 가까웠다. 

엽서와 머그컵, 스티커와 키링은 늘 비슷한 위치에 있었고, 대개는 기억의 사소한 부산물처럼 취급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의 굿즈는 더 이상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굿즈는 전시의 끝에서 무심히 집어 드는 기념품이 아니라, 경험과 감각, 그리고 취향의 구조를 손에 잡히는 형태로 번역한 결과물이 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지 상품 구성의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소비자가 무엇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가에 대한 질문 자체가 바뀌었음을 뜻한다. 

사람들은 이제 물건을 사는 동시에, 자신이 참여했던 시간과 공간을 저장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AI가 이미지와 텍스트를 무한히 생산하는 시대가 되면서, 오히려 인간은 더 만질 수 있는 것, 오래 곁에 둘 수 있는 것, 감각의 잔향을 남기는 것을 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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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사는 소비

서울 성수동의 팝업은 이 변화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성수는 산업 유산의 분위기와 브랜드 팝업 문화가 결합하며 대표적인 팝업 클러스터로 인식되고 있고, 사람들은 그 공간에서 상품보다 경험을 먼저 소비한다. 긴 줄을 서는 행위, 제한된 시간에만 입장할 수 있다는 조건, 현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한정판 구성은 굿즈를 단순 제품이 아니라 ‘그날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의 증거로 바꾼다.

이 지점에서 굿즈는 기능보다 기억의 저장 장치가 된다. 여행지에서 냉장고 자석을 사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오늘의 팝업 굿즈는 훨씬 더 정교하다. 브랜드는 더 이상 물건만 판매하지 않는다. 대기, 체험, 포토존, 공간 연출, 한정 수량, 구매 이후의 인증까지 하나의 서사로 묶어 판매한다. 그 결과 소비자는 제품의 소유자가 아니라, 하나의 장면에 참여했던 사람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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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이후에 남는 것

도쿄 아자부다이힐스의 teamLab Borderless는 이 흐름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 미술관은 ‘경계 없는 작품의 세계’라는 개념 아래 75개 이상의 작품을 하나의 연속된 환경처럼 경험하게 설계되었고, 관람자는 지도를 따라 이동하기보다 작품 사이를 떠돌며 스스로 경로를 만들어 간다. 

작품은 방을 넘어 이동하고, 빛과 거울, 공간이 서로 연결되면서 관람 자체를 하나의 감정적 사건으로 만든다.

이런 장소를 다녀온 뒤 사람들이 가져가고 싶어 하는 것은 종종 ‘작품 이미지가 박힌 상품’ 그 자체가 아니다. 그보다는 그날의 몰입감과 여운을 다시 호출할 수 있는 작은 매개체에 가깝다. 

굿즈는 전시를 축소한 복제물이 아니라, 감정의 잔향을 다시 켜는 스위치가 된다.

Frieze Seoul 같은 국제 아트 페어도 마찬가지다.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단순한 미술 시장 이벤트를 넘어, 도시의 이동과 관람, 대화와 쇼핑, 체류와 기록이 하나의 문화 경험으로 이어지는 장면을 만든다. 

이때 굿즈는 “무엇을 샀는가”를 넘어 “어떤 장면을 통과했는가”를 설명하는 사적인 증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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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물성이 돌아오는 이유

흥미로운 점은, 생성형 AI가 거의 모든 시각적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내는 시대에 오히려 물성의 가치가 더욱 또렷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완벽하고 즉각적인 디지털 결과물이 흔해질수록 사람들은 불완전한 재료의 결, 손의 흔적, 향과 촉감처럼 대체되지 않는 감각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

Aesop은 이 변화를 잘 이해하는 브랜드다. Aesop은 잘 숙고된 디자인이 삶을 개선한다고 밝히며, 제품 용기뿐 아니라 매장 공간에서도 기능성과 시각적 아름다움, 지속 가능성과 지역 맥락을 함께 고려한다고 설명한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 때도 이미 존재하는 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먼저 고민하고, 지역과 조화되는 디자인 언어를 택하는 태도를 분명히 한다.

이러한 태도는 단순히 “예쁜 매장”을 만든다는 의미가 아니다. 브랜드가 물건을 넘어 재료, 분위기, 사용감, 공간의 온도까지 경험의 일부로 설계하고 있다는 뜻이다. 

Le Labo 역시 슬로 퍼퓨머리와 장인적 접근, 감각 중심의 브랜드 서사를 통해 향 자체보다 더 넓은 감각의 세계를 제안한다. 

AI가 이미지를 무한히 생산할 수 있을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냄새를 맡고, 질감을 느끼고, 손의 압력을 상상할 수 있는 물건을 원한다.

결국 물성은 단순한 소재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현실을 확인하는 방식이며, 인간이 아직도 인간적인 방식으로 기억을 저장하고 싶어 한다는 증거다.